오늘도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선 여러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의 대전 주제는 무엇일까 확인해 보자. 오늘은 ‘설글 대전’이다.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의 일부 학생들과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일부 학생들 간의 갈등과 혐오가 에타를 다시 뒤섞는다.
이와 같은 ‘일부’의 혐오는 전체로 물든다. 실제로 글캠에 재학 중인 한 후배가 설캠에 재학 중인 나에게 “진짜 설캠 사람들은 글캠 사람들을 싫어해?”라고 물은 적도 있다. 단지 ‘에타 속에서의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내 생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닐 거야”라고 장담할 수 없었던 지금의 상황이 매우 안타까웠다.
이러한 대전은 단지 우리학교만의 현상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선 △성별대전△지역대전△좌우대전△학력대전 등 여러 혐오를 앞세운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각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인종대전’이, 유럽은 ‘난민대전’이 매일 같이 벌어진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와 같이 혐오의 세상이다. 혐오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타 집단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집단의 ‘응집성’ 때문이다. 집단의 ‘응집성’은 집단 내 구성원이 ‘단일대오’에 설 것을 요구하고 다른 의견에 대해 무시한다. 이로 인해 각자의 집단 편향은 개인의 합리적 사고를 제한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감정에 휩싸여 상대 집단에 분노를 표출한다. 그 분노에 대한 죄책감은 ‘집단’에 속해있단 이유로 사라진다. 이러한 분노를 받은 상대 집단 또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상대 집단에 혐오를 퍼붓는다. 그 과정에서 대중매체는 그 혐오를 확산한다. 이와 같이 ‘혐오의 악순환’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를 방치해야 하는가? 혐오는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더 나아가 혐오는 포퓰리스트(populist)의 먹이란 점에서 궁극적으론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한다. 이와 같이 혐오는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를 방치해선 안된다.
해결하는 방법은 매우 복잡할 것이다. △교육△사회 전반 구조△정책 모두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복잡하지 않은 ‘마법의 지팡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정책은 하나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바로 ‘우리는 모두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다’란 정신에서 말이다.
혐오의 세상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질문에 나는 ‘혐오 없이 모두가 존중 받는 사회’ 그리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선택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묻겠다. 당신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