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잘하는 일이 아닌 잘하고 싶은 일을 만나보고 싶었다. 정말 거지같이 글을 못 쓰더라도 차라리 외대학보에 들어가기 전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앞으로 3학기 잘 해내보자” 지필고사부터 면접까지의 험난한 외대학보 지원 절차 끝에 합격 문자를 보자마자 쓴 일기의 내용이다. 학창시절 때부터 잘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단순히 단어의 배열이 아니라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진실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내 진실을 이야기로 남겨 기억되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종이에서 끊임없이 피어나길 바라며 외대학보에 지원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동기만으로 외대학보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주에 한 번씩 마감을 위해 밤을 새야했고 마감이 끝나자마자 다음 기사를 위해 편집장님의 승인이 날 때까지 끊임없이 기획 제안서를 내야했다. 때로는 평화로운 학교를 미워하며 학내 큰 사건이 일어나길 바라는 위선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같은 학교를 다니는데도 탁월한 기획을 내놓는 동기들을 보며 내 부족함이 학보의 짐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평범한 학교 속에서도 특별함을 찾아내려 노력했고 무심히 스쳐 갈 법한 풍경과 사건들을 나만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그때부터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기사 작성 및 취재 과정이 진정한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비로소 외대학보 일이 단순히 학교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넘어 학교 일상의 한 페이지를 찢어내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잊히지 않게 붙잡아두는 의미 있는 작업임을 깨닫게 됐다.
기사는 객관적이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내 글들에 객관을 담으면서도 동시에 주관의 흔적을 지울 수 없었다. ‘FLYMPICS 어문체전’ 기사에서도 나 또한 직접 불편함을 겪었기에 단과대들의 입장이 뻔한 핑계로 들렸고 FLEX 시험 기사 역시 내 편견으로 인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풀어내게 됐다. 내 편견과 감정이 글에 스며드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순 없었지만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자로서 중요한 임무임을 깨닫게 됐다. 그 과정에서 ‘객관성’이란 단순히 나의 주관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내 시선을 통해 드러난 다양한 이야기를 보다 공정하게 엮어내는 능력임을 배웠다. FLEX 시험과 FLYMPICS 어문체전에서 드러난 문제점뿐만 아니라 이를 준비하며 노력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나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함께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글쓰기는 나와 다른 시각을 이해하고 조화시키는 노력의 연속임을 느꼈다. 이런 외대학보 활동은 단순히 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넘어 나 자신을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만드는 값진 경험이었다. 이제 내 언어로 사건을 구체화하고 재구성해 독자들에게 글을 건네는 이 일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외대학보 일은 내게 무수한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에게 대화를 제안하며 다양한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외대학보에서 얻은 가치를 나는 매 순간 되새기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건을 취재하고 다양한 시선을 담아내는 글을 써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