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76호에선 교내 흡연구역 지정 및 혐연권 보장에 관한 내용을 다룬 바 있다. 해당 기사에선 △교육과 지원 제공△명확한 구역 수립△흡연 구역 지정 등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내 흡연 문제 해결은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특히 우리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선 “인문관 계단에서 담배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흡연 문제의 현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흡연 문제의 현황
현재 양 캠퍼스에서 여전히 지적되고 있는 교내 흡연 관련 문제 중 공통적인 부분은 간접 흡연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캠의 경우 비흡연자 중 과반 이상이 사회과학관 및 인문과학관 옆의 흡연공간에서 간접 흡연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외대학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 측에서 혐연권 보호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9.1%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경우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47%의 학생이 공학관과 백년관 옆에서 간접 흡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글캠의 경우 이미 흡연 부스(Booth) 설치를 통해 간접 흡연을 방지하는 시설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장소를 이탈하여 흡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은 에타를 통해 “흡연 부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야외에서 흡연하느냐”고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비흡연자인 A씨는 “기숙사 근처에 흡연 부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정공간이 아닌 기숙사 카페의 진입로에 길게 서서 담배를 피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며 단속이 필요하단 입장을 밝혔다. 해당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으론 흡연자에 비해 흡연 부스의 수용 가능 인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지적되고 있다. 흡연자인 B씨는 “흡연 부스가 작고 수가 적어 쉬는 시간에 가면 자리를 찾기 어렵다”며 “많은 인원이 몰릴 때는 문이 여닫힐 때 밀폐 공간에 있던 연기가 인도로 퍼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이고 죄송한 마음도 든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각 건물에 지정된 흡연 장소의 면적이 충분하지 못한 점 역시 지적되고 있다. 흡연자인 C씨는 “흡연 장소가 부족하고 멀다 보니 시간에 쫓겨 아무 곳에서나 급히 흡연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며 “현재 흡연 구역 운영은 현실적인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흡연장소의 수용 면적 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은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흡연을 하게되고 이로 인해 비흡연자들은 간접 흡연의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설캠의 경우 수업을 듣는 공간과 흡연 장소 간의 거리가 충분히 보장돼있지 않단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흡연 구역이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32.4%가 “건물과의 거리 확보”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실제로 설캠에 위치한 대다수의 건물과 흡연장소 간의 간격이 좁아 지속적인 항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학교 시설 관리 직원은 “법학관과 본관 사이 자전거 보관소에서 흡연할 경우 담배 연기가 환풍구를 통해 곧바로 건물 내부로 유입돼 학생들과 직원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우선 글캠의 경우 공용 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존의 흡연 공간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론 기존에 설치된 것 외에도 추가적인 흡연 부스 설치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이는 설캠에게도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중앙대학교의 경우 담배소비자협회로부터 흡연 부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흡연자들의 쾌적한 흡연환경에 도움을 준 바 있다. 설캠의 경우 애초부터 흡연 부스 자체가 설치돼있지 않단 점을 고려해 이를 설치할 수 있는 부지 확보와 함께 기존 흡연 장소를 흡연 부스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설캠 총학의 경우 지난달 9일 경희대학교 및 서울시립대학교 총학과 함께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흡연 구역 구획화를 위한 투자를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설캠 시설관리팀장은 “현재 설캠에 설치된 흡연 구역은 학교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장소가 아니라 제46대 총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지정한 공간”이라며“학교 차원에서는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 별도의 흡연 구역을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교내 흡연 문제는 더 이상 흡연자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흡연자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혐연권 모두 존중되어야 할 마땅할 권리인 만큼 또 학생과 교직원 모두의 건강권과 생활권이 직결된 사안인 만큼 학교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소윤 기자 09soyo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