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영국 록 밴드 ‘더 스미스(The Smiths)’의 프런트맨으로 기억되는 스티븐 모리세이(Stephen Morrissey, 이하 모리세이)는 우울하고 고독한 감성을 노래하며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England is Mine)‘은 성공 이후의 화려한 시절이 아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않았던 시절에 누군가가 되어보려고 애쓰던 젊은 모리세이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모리세이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과정을 담담히 따라간다.
주인공 모리세이는 영국 맨체스터 외곽의 우울한 일상 속에서 타자기 앞에 앉아 음악 칼럼을 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를 동경하는 그는 끊임없이 노랫말을 쓰고 밴드를 만들어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어하지만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없다. 어렵게 결성한 밴드는 금세 해체된다. 현실에 타협하며 살아가는 삶은 모리세이에게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 결국 생계를 위해 취직한 세무서에서도 근무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영화는 모리세이를 대단한 야망가가 아니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년으로 그린다. 그는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선 고개를 갸웃하게 될 만큼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모리세이를 조롱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예민하고 섬세한 그가 외부 세계에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있어야 하는지를 함께 바라보며 그의 흔들림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싼다. 쉽게 무너질 수도 있었던 모리세이는 타인의 지지 속에서 조금씩 다시 일어난다. 모리세이를 지탱해주는 사람들의 중심엔 어머니가 있다. 꿈을 좇다 벽에 부딪혀 방에 틀어박힌 그에게 어머니는 말한다. “내가 왜 네게 음반과 타자기를 사줬는지 기억하니? 한 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사람처럼 되지는 마. 넌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이 장면은 모리세이가 다시 글을 쓰고 음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든다. 모리세이는 특별한 인물이라기보다 운 좋게 꿈을 끝까지 붙잡을 수 있었던 청년이었다.
영화는 끝까지 록스타로 성공한 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극적인 성공 후의 화려한 무대도 관객의 환호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모리세이가 밴드 ‘더 스미스’를 함께 만들게 될 조니 마(Johnny Marr)를 만나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성공’보다 ‘버팀’에 주목한다. 무대 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시간이 모리세이란 인물을 만든 것이다.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실패하더라도 계속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어떤 위대한 성취보다 나를 견디게 하는 무언가를 단 한 가지라도 갖고 있는 것과 그것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실패 속에서도 그 길을 붙드는 사람이 결국 무대 위에 설 수 있단 희망을 모리세이의 인생을 통해 전한다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대표작으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있다.
윤고은 기자 10go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