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증가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우리학교의 다문화적 위상을 드러낸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2,717명으로 5년 전보다 450명 이상 증가했다. 또한 △교환학생△방문학생△학위 과정 등 다양한 형태의 학생들이 캠퍼스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하기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학교 외국인 유학생 현황△외국인 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외국인 유학생 현황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우리학교 외국 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2,717명이다. 전년 대비 약 150명 정도가 증가한 수치다. 교환학생으로 우리학교에 오는 학생은 수업 언어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어학 능력을 요구받는다. 외국인 유학생이 우리학교에 한국어 트랙(Track)으로 입학할 경우엔 △국내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인증대학 소속 한국어 교육기관 및 해외 세종학당 정규 교육 과정 수료증△우리학교 한국어문화교육원 정규교육과정 수료증△토픽(TOPIK) 3급 이상 중 하나가 충족돼야 한다. 영어 트랙(Track) A로 입학할 경우 △아이엘츠(IELTS) 5.5 이상△토플 IBT(Internet Based Test) 71점 중 하나로 언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다. 영어 트랙 B의 경우 한국어 트랙 또는 영어 트랙의 조건 중 하나를 요구한다.
우리학교에 등록된 외국인 유학생 중 △학위과정은 1,835명△어학연수생 882명△교환학생 332명△방문학생 97명으로 나타났다. 대학알리미 공시 정보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어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토픽 4급 이상을 취득한 학생은 592명이었으며 영어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토플(TOEFL) PBT(Paper Based Test) 530 수준 이상인 학생은 모두 174명이었다. 이와 같이 교내에서 각종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수는 늘었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충족한 학생의 비율은△2022년 56.21%△2023년 51.46%△2024년 42.56%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교환학생 유치를 위한 일정한 기준과 지원 제도가 마련돼 있으나 입학 이후의 학업 적응과 생활 정착 과정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
◆외국인 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
먼저 우리학교에서 강의를 수강하기 위한 언어 능력이 부족해 수업을 이해하기 어렵단 학생들이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본국에서 한국어 전공인 경우 별도의 어학 성적 없이 우리학교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중국인 유학생 A 씨는 “교환학생으로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한국어 실력이다”며 “수업을 원활히 이해할 만큼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한국인 친구들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한국어 전공 외 타 전공인 경우엔 토픽 3급이 요구되지만 이 역시 대학 강의를 이해하기엔 부족하다. 토픽 홈페이지에 따르면 토픽 3급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다양한 공공시설의 이용과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요한 기초적 언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결과적으로 토픽 3급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없는 실력을 증명할 뿐 대학 수업을 이해하기엔 부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경제학 관련 강의를 담당하는 C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학을 활용해야 하는 단원에서 높은 수준의 전공 언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고 전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학업뿐 아니라 생활적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에 처음 온 직후 계좌 개설이나 통신 수단 확보 등 기초적인 생활 정착 과정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실제로 A 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계좌를 사용할 수 없어 항상 현금을 소지해야 해 불편했다”며 “또 추가적인 현금 인출 시 계좌가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도 한국 계좌가 없어 곤란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학생들이 사용하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Messenger Application)을 이용하지 않아 기본적인 소통에서부터 제약을 느끼는 유학생도 있었다. 일본인 유학생 B 씨는 “원래 주로 사용하던 메신저는 라인(Line)이어서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카카오톡(Kakao Talk, 이하 카톡)이 낯설었다”며 “한국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따로 카톡을 설치했으나 알림이 겹치고 자주 확인을 못 해서 답장이 늦어지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친구들끼리 중요한 공지나 과제 관련 내용을 카톡 단체방에서 빠르게 공유할 때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초기 정착 단계에서 마주하는 실생활 기반의 불편은 유학생들에게 스트레스(Stress)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지원을 담당하는 우리학교의 외국인유학생종합지원센터(이하 ISSC)의 인력 부족 문제도 외국인 유학생 지원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ISSC 측은 “현재 행정 직원 1명이 2,000명이 넘는 외국인 유학생을 지원하고 있다”며 “담당 업무가 광범위하다 보니 △방문△이메일△전화로 들어오는 문의 사항을 모두 응대하는 동시에 본래 해야 할 업무를 병행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ISSC 측에 따르면 한 명의 직원이 다양한 언어권의 학생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구글 번역기를 통해 유학생들과 소통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ISSC 측은 “다른 언어를 담당할 수 있는 직원이 더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수강 편람이나 교내 안내 대부분이 한국어로만 제공되는 현실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ISSC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간단한 검색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유학생들은 언어 문제로 인해 반복적으로 문의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언어 장벽을 넘어 낮은 정보 접근성의 문제로 파생된다.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학교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ISSC는 학기 방학마다 원활한 수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한국어 수업을 포함한 학습 지원 프로그램△1:1 진로 및 취업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제학생회(ISO) 등은 외국인 유학생과 우리나라 재학생 간 교류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외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보다 나은 학교 생활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우리학교에서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언어 적응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 정비가 필요하다. 먼저 대학 수업을 염두에 둔 학문 목적 한국어 중심의 수업 개설을 고려할 수 있다.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는 유학생들의 학업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발표 준비 및 글쓰기 중심의 학습법 특강△재학생과 유학생 간 전공 학습을 함께하는 튜터링 프로그램(Tutoring Program)△토픽 4급 이상 취득을 목표로 하는 스터디(Study)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언어 교육을 수업 이전의 사전 준비 단계에서부터 학업 역량 향상까지 연계하는 프로그램은 유학생의 실질적 학습 참여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아울러 생활 정착을 위한 지원 시스템의 실효성 또한 보완해야 한다. 따라서 △계좌 개설△대중교통 이용법△통신 서비스 가입 등 기본 생활 정보를 다양한 언어로 작성한 안내 책자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연세대는 외국인 유학생의 정착을 돕기 위해 ‘글로벌 원스톱서비스센터(Global Onestop Service Center, 이하 GOSC)’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학생 생활에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를 다국어로 안내하고 있다. GOSC에선 △건강보험 가입 및 병원 이용 안내△교내 인터넷 사용법과 IT서비스 이용 방법△ID카드 발급 및 은행 계좌 개설 절차 등 생활 밀착형 정보를 영어와 중국어로 제공한다. 해당 정보는 항목별로 정리돼 있어 입국 초기의 실질적인 불편을 줄이고 유학생 스스로 필요한 행정생활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교내 정보 제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는 필수적인 정보가 여전히 한국어로만 제공되고 있고 그로 인해 유학생이 반복적으로 ISSC에 문의를 하게 된다. 현재 운영 중인 외국인 유학생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ISSC 내부에도 언어별 상담이 가능한 전담 인력을 확보하거나 일정 시간대마다 해당 언어로 상담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양대학교의 경우 캠퍼스 내 라운지(Lounge)에 글로벌 인포메이션 센터(Global Information center)를 설치해 외국인 유학생들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총학생회 주도의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생활적 측면의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우리학교 총학생회에선 영어 및 중국어로 정보를 담은 카드 뉴스를 개시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북대학교 제55대 총학생회는 교내 법률지원센터와 협력해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생활 정보 카드뉴스를 제작한 바 있다. 해당 카드 뉴스엔 위급 상황 발생 시 112 신고 방법과 부동산 거래 시 유의 사항 등 유학생들이 한국 생활 중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담겼다.
외국인 유학생을 단순히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학업△행정 전반에 걸친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유학생이 학내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김민서 기자 09kimminse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