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은 청소년기 이후에도 다양한 사교육을 받고 있다. 그중 언어 분야의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하다. 특히 우리학교 학생들은 전공 언어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론 세분되지 않은 교육과정과 이중전공생의 열악한 환경 등이 있다. △대학생 사교육 시장 과열의 현주소△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이유△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 과열된 대학생 사교육 시장
대학생 사교육 시장은 점차 다양화되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서 국내 4년제 대학 3, 4학년과 이번 해 졸업 예정자 총 798명을 대상으로 ‘취업 사교육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최근 일 년 이내 취업 사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답한 대학생이 31.6%에 달했다. 이들이 일 년 동안 취업 사교육비로 지출한 금액은 평균 218만 원으로 집계됐다. 사교육을 받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전공 분야 자격증 취득△영어성적 취득△컴퓨터 관련 학원 수강 및 자격증 취득이 각각 △37.6%△30.6%△28.9%였다. 성인 사교육 분야 중 대학생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언어다. 어학 교육 기업‘ 해커스’의 인터넷 강의 수강자는 300만 명 이상이다. 해커스어학원 종로 캠퍼스 관계자 A 씨는“ TOEIC(이하 토익) 시험을 준비하는 영어 강의가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중
국어와 일본어가 뒤를 잇는다”고 밝혔다. 또한 해커스에 따르면 2019년 일본어 강의 매출은 전년 대비 943% 증가했다. 언어 사교육에 관한 관심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 사교육 택하는 우리학교 학생들
우리학교 학생 역시 사교육 시장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언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전공 언어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만으론 하나의 언어를 배우기 어렵단 입장이다. 우선 세분
돼있지 않은 언어 교육 과정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학교 언어 전공 수업은 일반적으로 △초급△중급△고급 세 단계로 구성된다. 그러나 학생 개개인의 실력이 다양하기 때문에 수준을 3단계 정도로 구
성하는 것으론 학생들이 겪는 학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B 씨는“ ‘초급스페인어문법’ 수업을 듣다가 ‘중급스페인어읽기’로 넘어가자 수준 차이
가 크게 느껴져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교육 난이도의 세분화를 위해 몇몇 전공 수업의 반을 수준별로 나누기도 하지만 이는 역부족이란 의견도 있다. 가령 중국언어문화학부의
경우 4개의 1학년 수업 중 한 수업이 입문자 반이다. 그러나 중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잠깐이라도 중국어를 배운 경험이 있다면 입문자반에 들어갈 수 없다. 이에 김채현(중국·중언문 20) 씨(이하김 씨)는 “이미 잊어버린 고등학교 수업 하나만을 이유로 입문자반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 당황스럽다”며“ 다른 수업엔 전공 언어에 이미 능숙한 학생이 많아 압박감을 느껴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밝혔
다. 이중전공으로 언어 전공을 택한 학생들이 실력에 맞는 수업을 따로 제공받지 못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우리학교 △네델란드어과△독일어과△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몽골어과△베트남어
과△스페인어과 등의 전공은 본전공생과 이중전공생·부전공생 수업을 구분하지 않는다. 독일어를 이중전공하고 있는 천지민(사회·미디어 19) 씨(이하 천 씨)는“ 언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전공 언어에 익숙한 본전공생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다른 전공처럼 이중전공 수업을 따로 열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국 천 씨는 본전공생 수준에 따라가기 위해 방학 동안
학원에 다녀야 했다. 또한 천 씨는 이중전공생과 본 전공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구조는 수강신청에서부터 이중전공을 차별하는 구조라 주장했다. 현재 이중전공 수업이 열리지 않는 학과의 수강신청은
본전공생이 먼저 신청한 후 남은 자리를 이중전공생이 신청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천 씨는 “기초 언어 수업을 수강신청할 때 본전공생이 우선 신청하니 남은 자리가 단 한두 자리여서 신청하는 데 난항
을 겪었다”며 이중전공생을 위한 별개 수업 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외에도 우리학교 대부분 언어 전공의 졸업요건인 FLEX(Foreign Language EXamination) 시험(이하 플렉스)으로 인해 사교육을 택하는 학생도 있다. 플렉스는 어학 국가 공인인증시험 중 하나로, 읽기 및 듣기 시험 점수의 만점이 1,000점이다. 대개의 언어학과에선 600점 이상의 플렉스 점수를 졸업요건으로 요구한다. 일본어과 등의 일부 학과에선 700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네덜란드어△말레이·인도네시아어△아랍어 등 대다수의 전공에선 플렉스 시험을 위한 수업을 제공한다. 그러나 플렉스 준비를 위한 수업이 없는 학과에 재학 중인 김혜빈(중국·중언문 17) 씨는 “학교 수업만으론 시험 준비가 불가능할 것 같아서 학원에 다닐 생각이다”며“ 사교육 없이 플렉스 정도는 준비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토익 역시 일부 학과의 졸업요건이거나 취업 시 각종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점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준비하는 시험이다. 그러나 우리학교에선 1학년 과정의 대학외국어의 영어 수업만을 필수 교양으로 지정할 뿐 그 후엔 별개의 영어 수업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학교를 통한 지속적인 영어 학습이 어렵단 의견이 제기된다. 김 씨는 “우리학교에 영어 수업이 충분하지 못해 영어 실력을 키우려면 학원에 다닐 수밖에 없다”며“ 영어 수업을 더 제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포용적인 언어 교육을 위해선
학교 측은 학생들의 수업 수준 세분화 요구를 수용하기 곤란하단 입장을 보였다. 우리학교 교육선진화센터 교직원 C 씨는 수업의 단계별 수준 격차는 학교에서 오랫동안 논의해온 문제라고 밝혔다. C씨는 “학교 측에서 △문법△작문△회화 등 수업을 표준화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어마다 학생의 실력이 천차만별이고 학과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모두를 만족시킬 방법
은 찾기 어렵단 입장이다. 또한 학교 측은 이중전공 수업을 따로 열거나 수강인원을 늘려달란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선 학생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학교 학사종합지원센터 교직원 D 씨는 학생 수요가 수업정원의 140%를 넘는 경우 분반을 하고 있으며 필수적인 기초 수업은 들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요구하고 있는 이중전공생 전용 수업 개설에 대해선“ 학과마다 상황이 달라 학교 측에서 일괄적으로 개설할 순 없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학교 도서관 홈페이지 ‘이러닝(e-Learning)’ 페이지에선 각종 어학 강좌를 비롯해 △한자학습△모의 토익·토플 시험△IT 기초 및 개발자 과정 등의 인터넷 강의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방학에 토익 시험을 위해 학원에 다닌 지인선(사회·미디어 19) 씨는 “학교 토익 강의를 알았더라면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학교 강의를 활용했을 것이다”며“ 다른 어학 강의는 플렉스 시험공부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홍보가 부족해 프로그램을 접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이에 천 씨는 “메일이나 학교 애플리케이션 공지 등을 통해 이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이경은(중국·중언문 19) 씨는 홈페이지에서 강의 링크를 찾기 쉽게 만들거나 배너를 직관적으로 바꾸면 좋겠단 의견을 표했다. 언어마다 학생 수준이 다르기에 모든 학생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명확한 언어 교육 방안을 찾긴 어렵다. 그럼에도 학교가 학생의 언어 학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학생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면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눈을 돌리는 상황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임채영 기자 02kore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