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이재현(사범•영교 07)(이하 이 작곡가)은 가수 아웃사이더의 노래 ‘피고 지는 날들’로 데뷔했다. 일본에선 가수 규현의 노래 ‘Lost My Way’로 인기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엔 가수 △레드벨벳△비와이△신승훈△에일리 등의 곡을 작업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중국△태국 등 해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 작곡가를 만나보자.
Q1. 작곡과는 거리가 먼 우리학교 영어교육과에 진학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특별히 영어 교사에 뜻이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이과생이었는데 이과 과목에 어려움을 느꼈어요. 이에 문과로 전향할 수 있는 학과를 찾다 우리학교 영어교육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Q1-1. 우리학교엔 음악대학이 없어 작곡가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은데 작곡은 어떻게 공부했나요?
혼자 공부했어요. 유튜브 등을 통해 혼자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돼 있어 작곡 공부에 큰 어려움을 겪진 않았습니다. 작곡은 창작의 영역이기에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스스로 음악적인 감각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오히려 음악대학에서 공부했다면 작곡 외에 △공연△과제△수익 활동 등 다른 일에 더 집중했을지도 몰라요.
Q1-2. 어떻게 작곡가로 진로를 구체화하게 됐나요?
황성제 작곡가(이하 황 작곡가) 덕분이에요. 우연히 황 작곡가가 만든 가수 보아의 노래 ‘아틀란티스 소녀’ 발매 과정을 담은 글을 읽었어요. 글을 읽고 무작정 황 작곡가를 찾아갔죠. 다행히 절 좋게 보셨고 작곡가의 길로 가는 걸 도와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작곡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어요.
Q2. 학교생활과 작곡 활동의 병행이 힘들진 않았나요?
물론 힘들었죠. 그런데 지금까지 지원해주신 부모님과 열심히 공부한 자신에 대한 도리로 대학은 졸업하자고 생각했어요. 휴학 없이 학기를 마친 뒤 온전히 작곡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1년간 준비해 작곡가로 데뷔했죠.
Q2-1. 우리학교에서 배운 것 중 작곡가로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된 게 있나요?
우리학교에서 배운 영어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영어로 외국 회사나 가수와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어요. 영어를 못했다면 통역 과정을 거쳐야 해 작업이 힘들었을 거예요.
Q3. △건반△기타△드럼△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새로운 악기 배우는 걸 좋아해요. 학교에서 동아리 ‘새물결’ 활동을 하며 다룰 수 있는 악기와 실력이 늘었어요. 만약 새로운 악기를 배울 수 있다면 가야금을 배우고 싶어요. 국악의 5음계의 개성과 한국적 정서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가야금은 기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어 제대로 배워보고 싶습니다.
Q3-1. 동아리 활동에서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요?
악기를 배우며 공연을 준비했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동아리 활동으로 많은 악기를 접하고 곡을 쓸 수 있게 됐어요. 지금도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곡과 공연의 열정에서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Q4. 곡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가수로부터 곡 작업 의뢰를 받으면 참고용 곡과 장르를 분석해요.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수가 원하는 방향을 파악하는 거죠.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곡을 써야 할 땐 계속 참고용 곡을 들으며 노래에 애정을 가지려 해요. 이후 본격적으로 △작곡△작사△편곡을 합니다. 작업 마무리 단계에선 가이드 녹음을 해요. 그렇게 만든 곡을 가수에게 보냅니다.
Q4-1. 장르에 따라 작곡의 접근 방향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작곡은 크게 △작곡△작사△편곡으로 나뉘어요. 장르에 따라 세 가지 순서가 달라지기에 작곡의 접근 방향도 변하게 되죠. 발라드곡은 보통 피아노를 치며 멜로디를 먼저 만들어요. 그러나 댄스곡은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중요해 후렴구부터 만듭니다. 한편 힙합의 경우 트랙을 만들어 편곡한 뒤 가수에게 작사를 부탁합니다. 이처럼 장르에 따라 작곡 방향이 다양해져요.
Q5. △댄스△락△발라드△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작업했습니다. 이 외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정통 재즈곡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재즈는 악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분야이기에 음악을 공부했단 걸 보여줄 수 있는 장르라 생각합니다. 재즈곡을 통해 다양한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대중음악 작곡가란 평가를 들어보고 싶어요. 가수에게 곡을 줄 준비는 다 해놨는데 마땅한 재즈 가수가 없어 나타나길 기다리는 중이에요.
Q6. 작곡가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직업입니다. 창작의 고통을 느낀 적은 없나요?
많이 느끼죠. 특히 중독성 강한 후렴구를 쓰고 싶은데 쉽게 떠오르지 않을 때 힘듭니다. 악기 연주나 컴퓨터 작업은 계속하다 보면 결국 실마리가 보이지만 멜로디는 떠오르지 않으면 작업에 진전이 없거든요. 좋은 멜로디가 떠오르지 않을 땐 고민하며 며칠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곡을 완성했는데 별로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Q6-1. 창작의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요?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 창작은 계속 고민한다고 결과물이 나오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하던 작업을 멈춰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편입니다. 그 후에 작업한 곡을 들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 이때 다시 작업을 시작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Q7. 보통 작곡할 때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기존 곡에서 얻어요. 곡을 들으며 그 곡의 좋은 요소를 파악하는 거죠. 유튜브에 올라온 음악 모음집을 듣기도 해요. 디스코 장르 곡을 쓸 때 유튜브의 ‘경쾌한 디스코 노래 모음’ 영상을 보며 디스코곡으로 활동한 가수의 정보를 모은 적도 있습니다. 그 가수의 곡을 분석하며 영감을 얻었죠.
Q8. 스스로 듣기에도 뿌듯한 곡이 있나요?
가수 케이시의 노래 ‘손을 잡아줘’에요. 이 곡으로 케이시의 인지도가 높아져 뿌듯했습니다. 피아노 반주만 쓰인 곡이라 가수의 감정도 진솔하게 담을 수 있었어요. 멜로디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긴 곡입니다.
Q9.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없나요?
지난해 곡 발매를 많이 못 했습니다. 코로나19로 공연계 및 방송계가 치명타를 입었잖아요. 기획사가 위축돼 가수들이 내는 앨범도 적어지니 간접적으로 피해를 받은 거죠. 사회적 거리두기로 노래방 영업도 제한되다 보니 노래 반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활동하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Q10. 작곡가로서 어떤 가치관과 목표를 갖고 있나요?
좋은 인성을 갖고 작곡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회에 나와보니 생각보다 사회생활이 쉽지 않단 걸 알게 됐어요. 특히 작곡가는 1인 기업이라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많더라고요. 풍파를 겪으며 △능력△성실△인성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케이팝(K-POP) 작곡가로서 목표는 제 곡이 미국의 ‘그래미 어워드’와 ‘빌보드 차트’ 연말 시상식에 오르는 거예요. 전 세계가 우리나라에 저 같은 프로듀서가 있단 걸 알았으면 합니다. 이 목표를 위해 다양한 곡을 여러 국가에 발매해보고 싶어요.
Q11. 마지막으로 음악 관련 직종을 꿈꾸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대학 시절에 다채로운 활동을 하며 진로를 탐구했으면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대학에 오기 전까진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을 거예요. 대학 시절엔 다양한 도전이 허용되는 시기니 많이 시도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합니다. 여러 분야를 탐구해본 후에도 음악이 하고 싶다면 음악 관련 직업을 꿈꾸길 바라요. 혹시 음악 관련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도 돼요.
정나윤 기자 02im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