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언론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비대면 수업으로 교내에 학생이 적어짐에 따라 대학언론의 지면 발간물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이는 대학언론에 대한 관심 저하로 이어졌다. 현재 대학언론은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학언론이 처한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을 알아보자.
◆ 코로나19가 대학언론에 가져온 위기와 변화
1980년대 학생운동이 성행하던 시기 대학언론은 교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가장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매체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과 학생운동의 쇠퇴로 대학언론은 점차 대학생의 관심사로부터 멀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는 대학언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대부분의 대학이 비대면 강의를 택하며 교정을 거니는 학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영향으로 교내에 비치된 지면 발간물 수요가 대폭 감소했고 대학언론에 대한 접근성은 급속도로 하락했다. 외대학보는 오프라인을 통해 지면을 접하는 학생이 적어졌다고 판단해 코로나19 이전보다 발행 부수를 1,000부 줄여 3,000부 발행하고 있다.
일부 학보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면 발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1학기 홍익대학교의 신문사 ‘홍대신문’은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신문발행 자체를 포기했다. 이후 2학기부턴 온라인으로 기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면 발행은 여전히 멈춘 상태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신문발행 횟수 또한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다. 성신여자대학교의 학보사 ‘성신학보’ 역시 지난해 1학기부터 지면 발행을 중단했다. 동문과 타 기관 등에 지면 발간물을 발송하던 서비스도 중단한 상황이다.
변화를 시도한 학보사도 존재한다. 서강대학교의 학보사 ‘서강학보’는 지난달부터 신문발행 부수를 3,000부에서 500부로 축소했다. 대신 메일링 서비스와 1:1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해 독자의 온라인 접근성을 늘렸다. 또한 숙명여자대학교의 신문사 ‘숙대신보’는 지난해 11월부터 신청자에 한해 제공하던 메일링 서비스의 대상을 전교생으로 확대했다. 같은 시기에 재학생을 위한 우편발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는 독자 지면 참여율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 학내언론의 선택은?
외대학보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번 달 1일까지 4일간 우리학교 내 대학언론기구(이하 학내언론)에 대한 재학생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외대학보를 주로 어떻게 접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63%가 ‘온라인’을, 37%가 ‘오프라인’을 선택했다. 현재 외대학보는 지면과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기사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홈페이지는 잦은 오류와 불편한 시스템으로 인해 재정비가 시급한 상태다. 주수한(경영·경영 17) 씨는 “읽고 싶은 기사가 있어 외대학보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해 봤지만 원하던 기사를 찾기 쉽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외대학보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공했으면 하는 서비스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엔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메일링 서비스’와 ‘온라인 홈페이지 개편’을 답했다. 또한 △뉴미디어를 활용한 영상 제작△배송 서비스△흥미로운 컨텐츠 개발이 필요하단 의견도 존재했다. 조하영(국제지역·그불 19) 외대학보 전 부장은 “외대학보 홈페이지 구성의 노후화로 인터넷상 접근성이 낮아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이어 “메일링 서비스와 배송 서비스는 재학생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내언론 중 교지편집위원회 ‘외대’(이하 교지)와 독립언론 ‘외대알리’(이하 알리)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행한 교지 103호는 이전 호보다 400부를 줄여 2,600부 발행됐다. 그러나 교지는 101호를 시작으로 신청자 대상 배송 서비스를 진행해 학생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김나연(사회·미디어 19) 교지 편집장은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교지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학생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SNS 이벤트 혹은 온라인 독자 간담회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는 현재 크라우드펀딩 홈페이지 ‘텀블벅’에서 지면 발간물에 대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존에 존재했던 지면 발행의 어려움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캠퍼스 건물 출입이 제한되며 지면 발간물이 교내에 비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학내언론 중 하나인 교육방송국 ‘FBS’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라디오 방송을 제외한 모든 활동을 온라인으로 제공해왔다. 방송국 특성상 지면 발행이 아닌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컨텐츠 제작이 주를 이뤘다. 김승윤(경영·경영 19)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FBS 국장은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영상 조회 수가 증가하는 등 학생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며 “뉴미디어 플랫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짧은 영상 및 카드뉴스를 제공하는 형식이 학생의 접근성을 향상시킨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가장 접근성이 좋은 학내언론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FBS’를 뽑았다. 이는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선 학내언론의 온라인 컨텐츠 제작이 불가피하단 사실을 드러낸다.
◆ 대학언론의 궁극적 미래는?
김춘식 우리학교 언론·정보전공 교수(이하 김 교수)는 “대학언론이 지면 발행을 포기하는 현상에 대해 마냥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이는 종이신문에 대한 무관심으로부터 파생된 당연한 결과란 것이다. 실제 기성 언론의 종이신문 구독률 또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1998년에 시행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 신문 구독률은 64.5%였지만 2019년 진행한 동일 조사에서 신문 구독률은 6.4%에 불과했다. 현재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는 10가구 중 1가구도 채 되지 않는단 의미다. 이처럼 종이신문의 영향력 축소는 대학언론과 기성 언론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대학언론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선 기성 언론에선 다루지 않는 대학언론만이 쓸 수 있는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신문발행 방식을 고민하기보단 대학언론 컨텐츠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을 제시했다. 이어 “학내언론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교내의 심층적 문제를 취재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며 학교의 비판적 견제 주체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도원(중국·중외통 20) 씨는 “우리학교에 다양한 언론기구가 있지만 다수의 재학생은 익명게시판을 통해 왜곡된 정보를 얻고 있다”며 “학내언론이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많은 학생에게 제공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학언론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단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대학언론의 역할은 학내 사건을 정확성에 근거해 심층적으로 다루는 것이므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통한 독자층 확대에만 치중해선 안 된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대학언론에 닥칠 미래와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민주 기자 01minju@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