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고] 슬픔이 다른 슬픔과 연결될 때

등록일 2021년05월28일 15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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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 씨(이하 김 씨)는 덩치가 크고 여린 성격을 지닌 아들이었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아플 때 손수 죽을 끓여줄 정도로 의젓했다고 어머니인 강석경 씨(이하 강 씨)는 회상한다. 특성화고등학교(이하 특성화고)인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단 얘길 들었을 땐 많이 싸웠지만 졸업 전 좋은 회사에서 스카우트해간단 말에 꼬리를 내렸다. 김 씨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해 가을, CJ 그룹 입사가 결정됐다. 특성화고 학생은 취직이 결정된 기업에서 현장실습생이란 신분으로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김 씨 역시 현장실습을 하며 미리 CJ그룹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어느 날 김 씨는 출근 전 강 씨에게 회사 가기 너무 싫고 무섭다고 말한다. 강 씨는 모두가 회사 가기 싫어한다며 힘든 것도 견딜 줄 알아야 한단 내용의 말로 김 씨를 달랬다. 그리고 그 주 주말 김 씨는 회사 기숙사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투신하기 전 김 씨는 회사 선배로부터 업무 관련 실수로 인해 지속적인 모욕과 구타를 당했다. 작가‘ 은유’는 김 씨의 가족과 특성화고 관련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제도의 문제점과 사회 속 구조화된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기업에 취직하기 쉬운 특성화고는 보통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이 진학한다. 그러나 취직의 이점과 달리 이들이 현장실습생이란 신분으로 파견되는 직군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법적으로 정해진 노동 시간은 지켜지지 않고 위험한 일들을 주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 김 씨의 경우처럼 현장실습생을 향한 폭력도 발생한다. 하지만 사회는 이들이 이런 환경에 처한 원인을 노력 부족으로 치부한다. 또한 노력 부족이란 명목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정당화한다. 정당화된 현장실습생을 향한 폭력은 사회 속에서 구조화돼 김 씨와 같은 희생자를 낳는다. 현장실습생의 이야기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약자가 될 수 있다. 사회 최약층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논리는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그 고통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단 사실을 받아들일 때 현장실습생의 죽음은 신문 속에서만 보던 타인의 사건이 아닌 우리의 사건이 된다. 우리가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슬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언론은 노동자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초반엔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보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이슈에 눈을 돌린다. 대중은 이에 따라 관심을 거두지만 유가족의 슬픔과 억울함은 그대로다. 비극 속에 갇힌 이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더 함께 붙들고 있기 위해 우린 그들의 슬픔을 공부해야 한다.


정봉비 기자 02jbb@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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