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보고] 소외계층을 대하는 사회의 민낯

등록일 2021년05월28일 15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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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를 주제로 한 3부작 영화 중 가장 어둡다.

청각장애인인 주인공‘ 류’는 몸이 아픈 누나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공장에서 일한다.

그러나공장에서 해고당해 수술비 마련이 어려워지자 여자친구‘ 영미’와 함께 자신을 해고한 사장‘ 동진’의 딸을 유괴한다.

류와 영미는 돈을 받으면 바로 아이를 돌려보내려 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누나와 동진의 딸이 죽는다.

 

누나를 잃은 류는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모든 사람을 향한, 딸을 잃은 동진은 류와 영미를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이 영화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느 등장인물도 좋은 결말을 맞지 못했고 관객이 인물에 감정 이입하기 어렵게 구성됐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영화 초반엔 주인공이며 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인 류에게 공감한다.

그러나 영화 중반부에 동진이 서사의 중심이 되자 관객들은 딸을 잃은 그에게 이입하게 된다.

 

결국 관객들은 더 이상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 없게 돼 제 3자의 자리로 밀려난다. 또한 감독은 관객이 원활하게 시청할 수 없도록 한다.

류의 시점을 묘사할 때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음향처리를 한 뒤 한 컷 늦게 자막을 띄워 청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표현했다.

류가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한발 늦게 상황을 이해하는 것처럼 관객도 영화에 계속 집중하지 않으면 인물의 대사를 알기 어렵다.

결말에서 심적 불편함은 극대화된다. 소외계층 노동자인류와 복수를 위해 돈이란 기득권을 반납한 동진은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그들의 시체는 인적이 드문 곳에 버려져 인도적으로 수습되지 않은 채 영화는 끝난다. 이 장면은 잔혹한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기득권이 없는 사람의 죽음엔 관심을 갖지 않는단 것을 의미한다. 이번 달 초 보도된 두 20대 청년의 사망 사건에서도 이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사망한 두 청년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과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이다.

그러나 ‘한강 의대생’과‘ 평택항 알바생’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확연히 달랐다.

 

이번 달 8일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 트렌드에서 한강 의대생과 평택항 알바생의 이름을 키워드로 비교한 결과

한강 의대생의 키워드 검색량이 약50배 더 높았다. 사람들은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기득권의 소식에 더 주목한다.

약자의 불행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며 기득권의 불행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현실이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불편함이 지금 우리사회에도 만연하단 사실에 씁쓸할 뿐이다.

신수연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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