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병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모병제는 군인을 강제 징병하지 않고 지원자를 받아 군대를 유지하는 병역 제도다. 이번 달 4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이하 이 전 대표)는 유튜브 개인 채널을 통해 모병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모병제 도입은 휴전국인 우리나라에서 군사력 증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송윤선 세종대학교 외교·안보연구 센터장을 만나 모병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Q1. 모병제를 실시했을 때의 이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 징병제보다 모병제가 인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과 재능을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앞으로의 군대는 4차 산업 혁명 기술과 첨단무기체계로 무장한 전문화된 조직이 돼야 합니다. 따라서 단기로 복무하는 징집병이 아닌 상대적으로 훈련에 충실한 장기 직업군인제를 시행할 수 있는 모병제가 필요해요. 또한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역 가능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모병제를 통한 장기복무제 실시는 연간 충원 소요를 줄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Q1-1. 우리나라에선 1960년부터 징병제를 유지했습니다. 지금까지 징병제를 고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방예산 절감 측면에선 비용이 많이 드는 첨단 무기체계를 사용하는 것보다 값싼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6.25 전쟁 전후 남북 대치 상황으로 인해 높은 군사력을 유지해야 했거든요. 또한 100만 이상의 북한군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병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군인을 모집할 수 있는 징병제를 시행한 것입니다.
Q2. 현재 인구감소로 인해 적정 병력 유지를 위한 군징집률은 90%에 육박합니다. 모병제 도입이 군 병력충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모병제 도입은 군 병력 충원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해 징집률을 100%로 하더라도 군에서 필요로 하는 병력 규모를 유지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죠. 모병제로 모집된 군인은 단기 복무를 하는 징집병보다 더 숙련도가 높아 징집병의 2배에서 3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장기복무를 통해 숙련된 인력을 배출함으로써 병력 규모를 유지할 수 있죠.
Q3. 대만과 미국은 모병제를 시행하는 대표 국가입니다. 해당 국가의 모병제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현재의군사력이 궁금합니다.
먼저 대만은 2000년대 초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인해 국민의 병역회피 풍조가 만연해졌어요. 이에 2008년부터 모병제를 시행하게 됐죠. 그러나 그 당시엔 지원병이 많지 않아 모병제를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징집병 비율 자체를 줄이려 노력해 2019년부터 다시 모병제로 전환했어요. 그리고 미국은 베트남 전쟁 후 대규모의 병력충원이 불필요해져 1973년에 모병제로 전환했습니다. 두 국가 모두 모병제 실시 후 군사력이 상승했어요. 특히 미국은 모병제 전환 이후 초일류 수준의 군대를 유지하고 있죠. 모병제 전환 후 군의 전문성과 작전능력이 향상된 게 원인이라 봅니다.
Q4. 2018년부터 모병제로 바뀐 대만은 모든 남성을 의무복무기간 없이 4개월의 의무 군사교육을 받아야합니다. 모병제를 하고 있음에도 군사교육을 필수로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사시 국민을 신속하게 동원하기 위해 모든 국민이 병역의 의무를 지닌 제도인 국민개병제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청년들에게 의무 군사교육을 부과함으로써 국민의 병역의무를 상기시키고 유사시 군에 입대해 신속히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독일△영국△프랑스 등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유사시 국민 총동원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국민개병제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어요.
Q5.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 모병제를 실시하다 징병제로 전환했고 대만에서도 징병제를 부활시키잔 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가 모병제에서 징병제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각각 1901년과 1948년부터 모병제를 실시하다 2016년과 2018년에 다시 징병제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2010년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에스토니아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군 병력을 확보하기 위함이에요. 모병제만으론 군 병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거죠. 대만의 경우 징병제를 실시했을 때 보다 군의 전문성이 향상돼 전투력이 향상됐지만, 국민의 지원율 저조로 병력 충원율이 90%에 머물렀어요. 중국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이기에 일각에선 다시 징병제를 부활해야한단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Q6. 지난해 국방부에서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9년까지의 국방예산은 약 3배 증가했습니다. 모병제를 실시할 시 지급해야 하는 병사 급여가 증가해 지나치게 국방예산이 상승할 거란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처음엔 우려할 수 있겠지만 서서히 나아질 거라 봅니다. 국방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40%대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요. 만약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처음엔 군인 개인당 인건비가 3배 정도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병력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10년 정도 지나면 결국 현재 인건비 수준인 40%대로 돌아올 거에요. 더불어 매년 6%에서 7%인 국방비 증가율보다 3%대인 낮은 인건비 증가율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모병제로 인해 재정적인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Q7. 모병제 외에 군사력을 유지하면서 징병제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있나요?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기 적합한 제도는 징모혼합제입니다. 현재의 징병제를 기반으로 하되, 부족한 병력 규모를 의무복무 기간을 마치고 하사로 훈련에 참여하는 유급지원병으로 충원하는 방안입니다. 유급지원병의 수를 확대함으로써 안보에 필요한 전체 병력 규모를 유지하는 거죠. 하지만 징모혼합제를 실시할 경우 양질의 우수자원 확보를 위한 유급지원병의 지원율 향상 방안이 반드시 필요해요. 지금은 병역 충원제도를 징병제와 모병제로 구분해 하나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징모혼합제 등의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박채빈 기자 02chaebin@hufs.ac.kr